100원짜리 주식을 2만7000원에 “곧 상장돼요” 속여 110억 가로채

입력 2023-07-13 04:05
사진=이한형 기자

비상장주식을 마치 상장이 확정된 것처럼 속여 액면가 100원인 주식을 최고 2만7000원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조직폭력배 출신도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800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110억원가량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과거 주식리딩방을 운영했던 총책 A씨(38) 등 51명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국민일보 6월 8일자 11면 참조).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경제 TV’ 등의 전문 투자회사를 사칭해 “상장이 확정됐다”고 속이며 비상장기업 3곳의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주당 100원인 주식을 1500~4000원에 매입한 뒤 피해자들에게 최고 2만7000원까지 부풀려 판매했다고 한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모두 864명, 피해금액은 약 110억원에 달한다.

A씨는 2020년 12월~2021년 11월 불법으로 주식리딩방을 운영했다. 리딩방 수익이 점차 떨어지자 A씨는 조폭 출신인 B씨(43)를 끌어들여 비상장주식 사기극을 기획했다. 이들은 주식리딩방을 운영할 때 수집했던 회원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화나 문자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경찰은 검거한 51명 중 33명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했다. A씨 등은 조직 내에서 각자 ‘총책’ ‘주식공급책’ ‘본부장’ ‘팀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수익금은 모두 현금으로 정산한다’ ‘대포통장·대포폰을 사용한다’ 등의 내부규정도 갖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조직 관리 역할도 맡았다. 경쟁 조직에서 비상장주식 판매 실적이 좋은 본부장급 조직원을 빼가려 하자 B씨가 손도끼 등 흉기를 들고 찾아가 위협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일도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범죄수익금으로 취득한 현금과 귀금속 등 7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또 27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예금채권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 투자 사기 등 범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