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금양에 투자한 상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양은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씨가 금양 홍보이사로 있을 때 주목받기 시작한 2차전지 업종 최대 수혜주다.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만 1800%에 육박한다. 이달에만 주가가 배 가까이 뛰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2차전지 관련 매출이 없어 2차전지 ETF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코스콤 집계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 ETF 15개 중 금양을 편입한 상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여러 차례 충전해 쓸 수 있는 전지를 뜻한다. 한 예로 스마트폰에 내장된 배터리가 2차전지다. 2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이 예상되면서 주요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
금양은 2차전지와 수소전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히면서 급등했다. 이날 기준 금양의 시가총액은 5조4741억원으로 주요 대기업 계열사나 금융사의 시총을 가뿐히 제친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만 놓고 보면 기계적으로 관련 종목에 투자해야 하는 ETF가 외면할 수 없는 종목이다.
하지만 금양은 2차전지 ETF가 담을 수 있는 종목 후보군 자체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양은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만, ETF 편입 후보군에 들기 위한 조건인 2차전지 관련 매출이 없다. 금양의 매출은 고무 및 합성수지 발포제와 발포제 유관제품에서만 발생한다. ETF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로만 종목을 추리는 과정에서 빠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거나, 에너지화학 기업을 골라 담는 ETF의 포트폴리오에만 포함돼 있다. 금양과 같은 이유로 2차전지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지난 3월 한 달 주가가 800% 올랐던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을 편입한 ETF도 없었다. 자이글의 매출 대부분은 생선이나 고기를 굽는 그릴에서 나온다.
지수를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를 제외하고 올해 들어 가장 수익률이 높은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 ETF였다. 올해 수익률만 90.29%다. 이 ETF의 편입 종목을 보면 에코프로 비중이 15.27%로 가장 많았다. 포스코퓨처엠(12.37%) 에코프로비엠(10.48%) LG 에너지솔루션(8.66%) 등 실제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 비중 있게 담겼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