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자라서 부모 정보 알 수 있게 해야”

입력 2023-07-13 04:04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기관 창립 4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출생 미등록 영아 문제 해결을 위해 ‘출생통보제’가 입법화되면서 익명 출산을 전제로 한 ‘보호출산제’ 논의도 뜨겁다. 위기 임산부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보호출산제는 아이와 부모가 모두 원하는 경우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54)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립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영아의 경우 생사여탈권이 산모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위기 임산부나 아동 입장에서는 다양한 안전망이 중첩될수록 좋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2019년 중앙입양원과 실종아동전문기관 등 8개 기관이 통합돼 출범했다.

정 원장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의 알 권리와 (익명 출산을 원하는) 부모의 권리 중 누구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의료기관이 출생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법안이 통과됐다. 이와 함께 위기 임신부들이 병원 밖 출산을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호출산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당장 위험한 환경에서의 출산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정 원장은 독일의 ‘신뢰출산제’가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성인이 된 이후 아동이 원하면 친부모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동과 부모 모두 동의해야 한다. 그는 “독일은 3년마다 양쪽의 의사를 확인한다”며 “동의를 묻는 절차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 아동과 실종 아동, 입양 등 아동 권리 보장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원장은 “아동권리 보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로 진화하도록 이 시대 ‘방정환 선생’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