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2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당 윤리감찰단 강화, 선출직 공직자의 위법 의혹에 대한 당내 조사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오는 21일 ‘꼼수 탈당’ 방지책을 포함한 윤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김 위원장의 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수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 팬덤 정치 부작용 등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쇄신하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첫 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라는 1호 혁신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이 제안을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꼼수 탈당 방지책을 거론했는데, 민주당은 지난 7일 ‘꼼수 제명’했던 김홍걸 의원을 복당시켰다. 지난 4월엔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해 꼼수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켰다. 김 위원장이 이날 “민주당이 혁신위 제안에 대한 적극적인 응답을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안을 제안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지킬 방법은 간단하다. 혁신위가 제안하는 쇄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된다. 문제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혁신위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 이런 상태라면 혁신위는 보여주기용 정치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