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도 못하는 청년 많아… 지역사회 관심 절실”

입력 2023-07-13 04:03

“우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이 있다는 것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인천에서 10년 이상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임유신(50·사진)씨는 지난 5월부터 인천시가 추진하는 ‘인품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의 세부사업 중 하나인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임씨는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기 전까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2000시간 이상의 봉사 기록도 무색하게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말조차 생소했었다.

임씨가 자립준비청년에 관심을 두고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에 참여한 것은 오랜 기간 자원봉사자로 함께 활동했던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서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 지역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소리를 들은 직후 민간봉사단체인 ‘청소하다이웃하다’를 통해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에 지원했다. 또 인천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한 달간 교육을 받으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

임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만난 자립준비청년은 정리·정돈하는 법조차 모를 정도로 홀로서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지자체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도움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임씨의 가사 돌봄 서비스 대상은 장애 등으로 살림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청년이다. 한 자립준비청년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가사를 챙기지 못하면서 임씨 손길이 닿기 전까지 쓰레기더미에 묻혀 살아야 했다. 심지어 이 자립준비청년은 한 달 이상 임씨를 피해 다니는 바람에 쓰레기 버리는 법과 청소하는 요령에 대해 알려줄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임씨는 불평 하나 없이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가려 노력했고, 지난달부터는 함께 집안 정리도 하고 대화를 통해 필요한 것을 공유하는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임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알리며 자립준비청년 지원에도 함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인 아들과 취업준비 중인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을 설득해 자원봉사를 함께했던 소중한 경험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인천에만 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만 있다면 지역사회의 도움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임씨는 “나를 피하던 자립준비청년이 마음을 열고 이모라고 불렀을 때 든 감동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다”며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이 끝나더라도 행정복지센터 등에 개인적으로 문의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발적인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 가사 돌봄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면서 최근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며 “인품사업이 지역사회의 선한 영향력을 타고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글·사진 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