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봉투 받은 민주당 의원 ‘20명’ 못박아

입력 2023-07-12 04:04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구속영장에 돈을 받은 현역 의원 숫자를 20명으로 적시했다. 돈봉투 수수자 특정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음을 보여준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가 컨설팅 비용을 대납하게 된 과정도 영장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구속영장 청구서에 돈봉투 수수 의원을 20명으로 적었다. 2021년 4월 28일 윤관석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성만 의원 등 10명에게 300만원씩 든 봉투 1개씩을 교부했고, 이튿날 오후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에게 봉투 1개씩을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 구속영장에선 정확한 의원 숫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속된 박씨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돈봉투 수수자로 지목된 현역 의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그간 검찰은 국회 사무처에서 의원과 보좌진 등 출입기록을 확보하고 동선을 교차 검증해 왔다. 수수자 동선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10일 국회사무처에 대한 2차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번 사건의 ‘자금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씨도 돈 전달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강씨 측은 “국회의원 제공 명목으로 3000만원을 윤 의원에게 준 부분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3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는 부인했다.

검찰은 공식적인 정치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대는 데 부담을 느낀 보좌관 박씨가 송 전 대표 선거 과정에 먹사연 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박씨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당대표 선거 1년 전인 2020년 5월 박씨가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550만원이 청구되자 먹사연 돈으로 이를 대납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얌전한고양이 측에서 9570만원 상당의 송 전 대표 컨설팅도 제안했는데 정치자금으로 이를 지급하기엔 부담을 느껴 먹사연 자금 8690만원을 사용하게 됐다는 내용도 영장에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가 ‘SYG(송영길) 의원님 전략조사 결과 보고’ 등 컨설팅 결과를 대면보고 받았다고 봤다. 송 전 대표가 결과 보고 자리에 참석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박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