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11일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지고 60대 여성이 실종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광주에선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고 도로와 주택 침수 등이 잇따랐다. 12일까지 일부 지역에 최대 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인천에선 시간당 최대 68㎜, 경기 이천에선 64.5㎜, 강원 원주에서는 69㎜의 물 폭탄이 퍼붓는 등 곳곳에서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 광주, 강원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호우특보가 발령된 경기 여주에서는 소양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숨졌다. 오전 ‘운동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실종지점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부산에선 60대 여성이 실종됐다. 부산 소방당국은 사상구 학장천에서 고립된 여성 한 명을 구명정과 사다리를 이용해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이 여성과 함께 있던 60대 여성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수색 중이다.
인천에선 곳곳에서 빌라와 상가 건물 지하공간이 침수됐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장수 나들목(IC) 인근에선 도로 옆쪽으로 물이 차면서 차량들이 불어나는 물을 피해 거북이운행을 이어갔다.
대구에서는 오후 하수구가 역류해 동구 효목동 도로가 침수됐다. 중구 대신동 청라언덕역 인근 편도 5차선 도로인 달구벌대로에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통행이 한때 제한됐고, 달서구 성서공단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을 덮쳤다.
광주에선 낮 12시쯤 북구 한 아파트단지의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천장이 무너지기 직전 어린이집 보육실에는 원생 10여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러 간 사이 목재(합판)로 된 천장 일부가 물과 함께 쏟아졌다. 북구는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내리자 어린이집 천장 위로 지나는 우수관이 이탈했고, 그 틈으로 물이 새면서 천장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했다.
광주소방본부에는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정오부터 100여건의 피해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 광주 북구 중흥동·연제동·양산동에 있는 주택과 상가도 침수됐다. 남구 진월동 도로변과 북구 임동오거리·동운고가, 광주역 광장 일대 도로 등도 물에 잠겨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했다.
전남과 경남, 부산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기상 악화로 하늘길이 차질을 빚었고 국립공원 출입도 제한됐다. 강원 원주에서도 주택, 도로 등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의암댐과 춘천댐 등 북한강 수계 댐의 수문을 열고 각각 초당 600t, 300t의 물을 방류했다.
김민 강희청 윤일선 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