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PFAS 규제’ 한참 앞두고… 열공하는 대통령실·국조실

입력 2023-07-12 04:06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이 해외 화학규제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유럽·미국이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를 본격화하면 반도체 등 국내 주력 품목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국민일보 7월 3일자 1·3·4면 참조)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국조실은 최근 산업부에 PFAS 관련 규제 현황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화학물질청이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발표한 PFAS 사용 제한 확대 내용을 담은 보고서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의 규제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주별 규제 상황 역시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산업부 자체적으로는 PFAS 규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실이나 국조실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시점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뒷북 대응’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이르면 2026년 시행되는 EU의 PFAS 규제는 시행 후 5년 또는 1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다. 일견 대비할 시간이 있어 보이지만 이 기간에 대체물질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기업들로선 유럽 수출길이 막히는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 화학계에서 PFAS 대체물질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점을 보더라도 이 기간을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규제와 관련된 회사들이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중심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기업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기업의 ‘윗선’이 PFAS 규제에 관한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 기업 실무진들은 이 문제를 다 알고 있었는데 위에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는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각심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