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70대 치매노인 찾아라… 드론 띄워 20분 만에 발견

입력 2023-07-11 04:04
실종자 수색 활동을 전담하는 충남경찰청 드론 수색팀 손성환(왼쪽) 행정관과 박종대 행정관이 지난 6일 충남 보령시 천북면의 한 임야에서 드론을 이용해 수색 훈련을 하고 있다. 충남=이한형 기자

지난 4일 오전 충남 태안에서 치매를 앓던 70대 A씨가 집을 나가 실종됐다. 오후 3시30분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으나, 사람 키만 한 풀들이 무성한 A씨 집 주변과 인근 지역을 수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2시간 가까운 수색으로도 A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자 현지 경찰은 충남경찰청 드론수색팀에 지원을 요청했다.

실종 신고 3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6시30분. 일반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된 경찰수색용 드론 ‘스캔비(SCANBEE)’가 ‘위잉’ 소리를 내며 하늘로 떠올랐다. 스캔비에 달린 프로펠러 4개가 힘차게 돌며 A씨 거주지 인근 3㎞를 훑었다. 20여분 뒤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전달된 화면에 검은 점들로 이뤄진 물체가 포착됐다. 열화상 카메라는 주변보다 높은 온도의 물체를 포착하면 검은색으로 보여주는데, 사람이 엎드려 쓰러진 모양새였다. A씨였다. 수풀 속에 쓰러져 있던 A씨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지난 6일 충남경찰청에서 만난 드론수색팀 손성환 행정관은 “A씨가 발견된 곳은 앞서 경찰이 수색했던 길 바로 옆이었다. 사람이 수풀로 쓰러지면 100명 넘는 인력이 투입돼도 찾기 어렵다”며 “반면 스캔비는 높은 고도에서 아래를 비추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없다. 다행히 빠르게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2020년 6월 처음 드론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5월까지 1455건의 현장에 출동해 91명을 구했다. 충남청 드론수색팀도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 205번 출동했다. 드론으로 19명을 발견했고, 이 중 11명의 목숨을 구했다. 충남청 드론수색팀 박종대 행정관은 “논밭 같은 경우 경찰 기동대 100명이 훑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면, 드론은 기체 2대로 20~30분이면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속 정확한 수색을 위해선 훈련이 필수다. ‘드론 덕후(열성팬)’라는 두 행정관도 현장 출동이 없는 날이면 최소 3시간씩 야외 훈련을 나간다고 한다. 충남에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6일 충남청을 찾았을 때도 드론수색팀은 보령시 천북면 임야에서 훈련 중이었다.

이들이 훈련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드론을 띄워 열화상 카메라로 자신들의 체온을 확인해 기준점을 잡는 일이다. 물체마다 온도 차가 있기 때문에 기준점을 잡아 놓으면 이후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물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후 훈련은 열화상 카메라로 비치는 검은 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위주로 이뤄진다. 검은 점들이 태양열을 받은 돌인지, 웅크린 고라니인지, 새인지 구분하는 식이다. 특히 고라니는 모니터상에서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기자 눈에는 비슷해 보이는 검은 점들도 행정관들은 “이건 새” “고라니 머리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돌”이라며 빠르게 분석했다. 손 행정관은 “특별한 비법은 없다. 무조건 많이 보고 감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17곳이던 경찰 드론 거점 관서를 35곳으로 확대했다. 손 행정관은 “3년 전만 해도 경찰 대상 드론 교육을 하면 신청자가 20명도 안 됐는데, 현재는 교육받는 경찰이 54명”이라며 “국민께서 경찰 드론을 믿고 응원해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충남 보령=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