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사무실 일부에 도감청 방지 필름을 시공 중이다. 설치는 이달 15일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재부 청사에 도감청 방지 필름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정부가 도감청 대응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도감청 방지 필름은 레이저 도청을 막기 위한 장치다. 레이저 도청은 목소리로 인한 공기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닿아 진동을 일으키면 이를 레이저로 측정해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는 도청 방식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도감청 시도를 막기 위해 중앙동 창문 외부에 필름을 시공키로했다. 필름을 시공한 창문은 다른 창문보다 푸른빛이 돌지만, 그 차이를 맨눈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기재부는 지난 4월 CIA의 대통령실 도청 논란이 벌어진 뒤 도감청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국방부, 외교부 등 업무가 안보와 직결되는 부처의 청사에는 도감청 방지 필름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기재부 등 다수의 행정부처에는 도감청 방지 필름이 시공돼 있지 않다.
다만 예산의 한계로 모든 중앙동 사무실에 필름이 시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공에는 수입 필름이 사용되는데 중앙동 전체에 이 필름을 설치할 경우 수십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9일 “주요 사안이 논의되는 공간을 중심으로 필름을 시공 중”이라며 “시공 위치는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정부세종청사 보안 점검 횟수를 늘려 달라고 최근 국가정보원에 건의했다. 국정원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청사를 방문해 각 사무실의 도감청 장치 설치 여부를 점검한다. 기재부는 이를 연 4회로 늘려 매 분기 청사를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구체적 도감청 대응 지침도 국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