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올 가을 전국민 코로나 ‘XBB.1.5 표적’ 백신 맞는다

입력 2023-07-11 04:06
WHO·FDA 등 권고 반영한 판단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서 결정
구체적 계획 8월말∼9월초 발표

한국도 XBB 하위 변이가 대부분
제약사 모더나·화이자 생산 돌입
국내도 ‘삼바’와 생산 검증 완료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 올 가을과 겨울 전국민이 맞게될 코로나 백신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XBB.1.5 표적’ mRNA 1가 백신이 우선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권현구 기자

올 가을과 겨울 우리 국민이 맞게 될 코로나19 백신으로 ‘XBB.1.5’를 표적한 mRNA 1가 백신이 우선 활용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0일 “최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고 위원 전원의 동의로 XBB.1.5 변이 기반의 개량 백신을 가을·겨울 접종용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보건기관의 권고를 반영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난달 중순 FDA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미국에서 가을부터 내년까지 사용될 코로나 백신 제형으로 XBB.1.5 표적 1가 백신을 권고했다. VRBPAC 권고를 기반으로 FDA는 백신 제조사들에 백신 생산을 주문했다. WHO 자문위원회도 5월 중순 현재 우세종으로 유행하는 XBB 변이 계열을 타깃해 백신을 갱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질병청은 지난 3월 고위험군을 포함해 전 국민 대상 연 1회 접종(면역 저하자 연 2회)과 10~11월 접종 시행 등 올해 계획을 밝혔지만, 표적 바이러스와 그에 따른 백신 유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유행 변이, 개발 동향, 백신 효과 등을 지속 점검해 국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백신을 정하겠다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10월 접종 시작을 목표로 XBB.1.5 표적 백신의 개발과 생산 기간 등을 고려하면 그때까지 수급 가능한 것은 mRNA 백신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백신 도입 시기와 공급량 등에 대해 제조사들과 협의 중이며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8월 말~9월 초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XBB.1.5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유행 변이의 95% 이상이 XBB 하위 계통이다. XBB.1.5는 그중 약 40% 수준이다. 지난 1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세계로 확산된 XBB.1.16(결막염 등 눈병이 주요 증상) 비중도 증가 추세다. XBB.2.3 등 다른 XBB 하위 계통이 올가을까지 우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의 유행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공개된 ‘6월 4주차(6월25일~7월1일) 코로나 주간 위험도 평가’에서 바이러스 검출률은 XBB.1.5(10.3%) XBB.1.9.1(24.5%) XBB.1.9.2(21.6%) XBB.1.16( 20.8%) XBB.2.3(14.1%) 기타 XBB(5.2%) 등의 분포를 보였다. XBB 하위 변이가 전체의 96.5%에 해당한다. FDA는 “XBB.1.5, XBB.1.16 등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아미노산 구성에서 큰 차이가 없어 XBB.1.5 표적 백신에 대한 면역 회피 현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XBB 하위 변이가 겨울까지 계속 우세할지 예단할 순 없지만 오미크론 등장 후 감염성과 중증도에 영향을 주는 다른 큰 변이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XBB.1.5 표적 백신이 다른 XBB 하위 변이에도 ‘교차 면역 효과’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공인받은 mRNA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사 제품밖에 없다. mRNA 플랫폼의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갈아 끼워 넣으면 단기간에 갱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통적인 단백질재조합(합성항원) 방식 등 다른 플랫폼은 개발과 생산에 시간이 걸려 ‘6월 변이 예측→10월 접종’이라는 타임라인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 예측이다.

최 교수는 “짧은 시간에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은 ‘유전자 백신’뿐이다. mRNA 백신 외에는 시간적으로 대안이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유행 변이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충분히 예측 가능해지면 향후 접종엔 단백질재조합 백신이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번 가을·겨울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미 XBB.1.5 표적 백신 후보 물질 발굴을 끝내고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지난달 중순 미국 FDA에 해당 백신 허가를 신청했으며 이달 3일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도 승인을 요청했다.

모더나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도 개량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질병청, 식약처와 논의 중이다. 전량 생산을 맡게 될 삼성바이오로직스와도 생산 검증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국산 1호 코로나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백신은 코로나 초기 우한주를 타깃으로 한 단백질재조합 백신으로, mRNA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 현재 같은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과 함께 mRNA 백신을 꺼리거나 이상 반응을 겪은 이들 접종에 쓰이고 있으나 올 가을·겨울 접종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이 새로운 변이 대응에 활용될 수 있도록 BN.1, XBB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를 검증 중이다”며 “XBB에 대한 긍정적 데이터가 나오면 가을·겨울 접종 백신으로 가능 여부를 보건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이 XBB 계열에 효과가 입증되는 데이터가 제시되거나 하면 대체 백신으로 배제하지 않겠다. 아울러 다른 플랫폼의 백신 역시 접종 타임라인에 맞출 수 있으면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노바백스는 지난달 VRBPAC 회의에 XBB.1.5 및 기타 유행 중인 하위 변이에 자사 백신의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를 제출해 올 가을·겨울용으로 쓰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감염 위험도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1만7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중증과 사망자 또한 지속 발생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높아지는 가을·겨울에는 감염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독감과 함께 코로나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