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느 날, 서울 용산구 한 주민으로부터 “수상한 사람이 집 앞 담벼락에 뭔가를 두고 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곳에서 액상대마를 발견했다. 매복에 들어간 경찰은 이튿날 물건을 찾으러 온 마약 매수자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주민 신고로 시작된 경찰 수사는 매수자 체포에 이어 마약 운반책과 제조·유통책 검거로 이어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마약 제조·유통책 A씨(28) 등 4명과 운반책 3명, 매수·투약자 1명 등 총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중 4명은 구속했다.
경찰은 매수자를 검거한 뒤 유통선을 역추적해 들어갔다. 운반책인 B씨(26)를 붙잡은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런데 B씨가 체포된 사실을 몰랐던 다른 조직원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방에서 마약 제조·유통, 판매 등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마약을 은닉한 116곳을 특정했다. 경찰은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이미 마약이 뿌려진 74곳을 돌며 다량의 액상대마와 엑스터시(MDMA), LSD 등을 찾아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에 은신처를 마련해 신원미상의 ‘상선’으로부터 제공받은 마약을 제조·가공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의 은신처와 차량 등에서 2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10억1800만원어치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일당은 도보로 혹은 렌터카를 이용해 주로 심야시간대에 이동하며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보해 대화방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신원미상의 관계자와 일당이 긴밀하게 소통한 정황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