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를 돌며 만취객을 상대로 스마트폰에 지문을 인식시켜 잠금을 해제한 뒤 계좌이체 수법 등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30대가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일 강도·절도·공갈 등 혐의로 장모(32)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술에 취한 사람들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모두 5500만원을 강탈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꼬리가 밟히지 않으려 피해자들을 부축해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지문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푼 뒤 계좌에 있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피해자 명의의 신용대출을 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더 나가 피해자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추가 협박 수단으로 썼다. 다음 날 “당신이 임신한 내 아내를 추행했다” “내 차량에 구토를 했는데 기억이 나느냐” 등 허위 사실로 윽박질러 돈을 더 뜯어냈다.
만취한 피해자들이 범행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던 그의 범행은 CCTV 사각지대인 줄 알았던 장소에서 범행이 찍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장씨가 피해자를 건물 기둥으로 데려가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피해자가 쓰러지자 지문으로 휴대잠금을 푼 뒤 돈을 빼내는 모습까지 촬영됐다.
사기 등 전과 17범인 장씨는 그런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피해자를 걱정해주는 척 녹음한 음성파일도 경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