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목회는 전임 사역지를 구하지 못하거나 고군분투하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자구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요 교단에서는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법제화 논의도 활발하다.
교단들은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처럼 “미자립교회 목회자만 노회 지도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제한적 허용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도 미자립교회만 연회 감독의 지도에 따라 이중직 목회를 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예장합동 총회는 2018년 열린 103회 총회에서 ‘생계문제에 국한해 허용할 수 있다’는 결의 후 지난해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이중직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책 ‘겸직목회’까지 펴내면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반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지난 5월 총회에서 교단 헌법 조항 중 ‘목사의 자격’에 ‘미자립교회만 직업을 겸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기 위해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법제화 논의, 싸늘한 현장
교단들의 법제화 논의를 바라보는 이중직 목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법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이미 현장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는 사역도 생활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직업을 내려놓기 힘든 형편이라는 의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업과 사역 사이에서 힘겹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면서 “만약 교단에서 이중직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따르는 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중직 목회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안도 있다. 이중직 목회가 한국교회 생태계에서 발생한 현상인 만큼 효과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민대홍 서로교회 목사는 “해외교회는 주중의 일과 주말 사역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교단마다 세부적인 시행법이 마련돼 있다. 우리도 이중직과 관련해 법제화를 추진할 거라면 이런 시행령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총회의 보호 아래 이중직 목회를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택배 업체에서 일하는 B목사는 “목회 외에 다른 일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50, 60대 선배 목회자들이 이중직 대책을 세우니 뭔가 손에 잡히는 대안이 나오기 힘든 것 같다”면서 “논의 과정에 이중직 목회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달라”고도 했다.
목사 수급 조절 검토부터
목사의 임지 부족은 이중직 목회자 양산에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초임 목사 10명 중 7명이 전임 사역지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은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예장합동 총회의 경우 해마다 500명 넘는 목사가 배출된다. 이 교단에서만 매일 1명 이상의 목사가 쉬지 않고 나오는 셈이다.
기관사역을 하는 C목사는 “교회가 성장하던 때 만들어진 신학교 인프라는 그대로 있고 매년 적지 않은 수의 목사에게 새롭게 안수를 주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교단이 교세 감소로 교인과 교회가 줄고 있는데 목사만 부흥기 때에 맞춰 배출되고 있으니 갈 곳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이런 문제의 불씨가 발생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지금의 어려움을 야기했다”면서 “목사 수를 대폭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목사 수급 조절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예장통합 총회가 교단 산하 7개 신학대학원 정원을 두 차례에 걸쳐 줄인 게 유일무이한 사례다. 기감 소속의 D목사는 “기감 산하 3개 신학대의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단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다른 교단도 적극적인 ‘신대원 다이어트’를 해야 교세는 줄고 목사만 늘어나는 지금의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