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영아 살해·암매장… 보호출산제 서둘러야

입력 2023-07-07 04:04

경기 용인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한 친부가 긴급 체포됐다. 인천에서는 출생 하루 만에 숨진 영아를 텃밭에 묻은 친모가 긴급 체포됐다. 모두 어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로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된 후, 친부모에 의해 살해되거나 유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매일 같이 밝혀지는 참담한 현실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일 오후 2시 기준 전국에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598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6일 파악된 사망 아동은 벌써 24명인데 수사가 진행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출생률 세계 최하위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건 분명 정상적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전수조사를 계기로 출생 아동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기의 임신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생통보제가 담지 못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미혼모, 불법체류자 등은 병원 밖 출산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호출산제’는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기의 임신부와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비밀출산이라 하더라도 생모·생부의 인적사항은 영구 보관되며 추후 아동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된다. 아동의 부모 알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보호출산제 법안은 2020년 12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생통보제의 보완 입법인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는 서둘러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