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독자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네 번째 회의를 열었다. 한헌수(숭실사이버대 총장) 위원장과 권순우(한국자영업연구원장) 남재작(한국정밀연구소장) 민경찬(비아출판사 편집장) 조정희(법률사무소 청한 대표변호사) 위원, 송세영(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간사가 참석했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수능 논란, 유령영아 및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한 국민일보의 보도와 기획특집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헌수 위원장=최근 두 달 동안 이슈도 많고 사건도 많았다. 어떻게 보셨나.
△권순우 위원=팩트 전달을 넘어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언론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6월 5일자 1면 톱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나섰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다른 매체에 비해 비중 있게 보도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법제화만으로 노동시장이 개혁되는 건 아니다. 임금체계와 고용, 구조적 시스템 등 부수적으로 바꿀 게 많다. 전문가들과 함께 이런 부분도 분석했으면 기사의 완결성이 높아졌을 것 같다.
△한 위원장=언론이 어디까지 가치판단을 하는 게 옳은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대통령이 일타강사의 초과이윤을 공격하고 부총리가 라면값 내리라고 압박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국민일보는 팩트 전달에만 충실했는데 국민일보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지 궁금하다.
△민경찬 위원=수능의 킬러문항이 논란이 됐는데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아니면 독자들은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른다. 국민일보가 가진 아카이브를 활용해 수능의 변천사와 문제점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줬으면 유익했을 것 같다.
△남재작 위원=요즘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갈 건지 확신이 안 선다. 언론사들도 한쪽 뉴스만 다루고 반대 의견은 담지 않는 편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행히 국민일보는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특히 뉴스보다 칼럼이 인상적이었다. 체계적이고 정제된 의견들을 담은 칼럼이 많아 좋았다. 박정태 칼럼 ‘진짜 이권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 아닌가’는 용기 있게 잘 쓴 칼럼이었는데 읽으면서 조마조마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참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구나 생각했다.
△한 위원장=서민호 화백의 만평도 좋다. 요즘 국민일보 집으면 만평부터 보게 된다.
△권 위원=저도 좋게 보는데 만평 안에 실린 글자가 너무 작은 점은 개선하면 좋겠다. 가독성이 떨어진다.
△조정희 위원=신문 보는 2030세대가 많지 않다. 그래도 신문은 사회에서 하나의 중요한 가이드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30세대가 신문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제한된 지면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넣으려고 텍스트의 비중을 높이면 이미지나 동영상에 익숙한 세대에겐 답답할 수 있다. 시각적인 면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온라인 기사의 경우 ‘혐오발전소’ 페이지를 멋있게 잘 만들었던데 이런 시도가 많이 필요하다.
△한 위원장=7월 5일자 ‘예타 면제 사업 7년간 배 증가 기사’를 잘 봤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2015년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원으로 늘었다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조금 더 품을 팔아서 7년간 예타 면제 사업들에 어떤 게 있었고 효과는 어땠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좋겠다.
△민 위원=신문의 강점 중 하나가 기존 보도했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과 흐름을 짚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카이브를 활용해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건 신문이 가장 잘할 수 있다.
△권 위원=기획기사와 사설의 중요성이 커졌다. 일반 뉴스는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다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명품과 코인의 나라’ ‘디지털시대 불법사채 리포트’ 시리즈는 참 좋았다. 2030세대 문제와 연결해 어두운 사회상을 잘 전달했고 다양한 해법을 보여줬다. 해법 중 하나로 경제·금융 교육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으면 좋았겠다. 별도 기획으로 다뤄도 좋겠다.
△남 위원=우리나라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려면 세계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국민일보에 아쉬운 점 중 하나가 국제뉴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언론의 보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시각에 맞게 재해석하고 분석을 곁들인 기사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 관련 보도는 사안 위주로 접근하면 널뛰기하는 느낌을 준다. 큰 틀에서 일관성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외교문제도 더 비중 있게 다루면 좋겠다. 좋은 기사, 좋은 텍스트는 길어도 본다. 기존 언론매체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니까 유튜브를 찾게 된다.
△권 위원=경제섹션 첫 페이지 톱으로 특정 기업 기사가 나오는 건 재고해야 한다. 여러 사례를 아울러서 기획기사로 가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섹션 네 번째 페이지인 18면에 좋은 기사가 많다. 특히 컨슈머리포트는 기업과 상품명을 다 공개하던데 좋은 시도다.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설명을 보완하면 좋겠다.
△조 위원=기사 내용과 괴리가 있는 제목이 일부 보인다. 6월 20일 ‘3년간 빼돌린 코인 최소 150조’ 온라인 기사를 보면 실제 내용은 빼돌린 게 아니라 해외거래소나 다른 지갑으로 출고한 것이었다. 같은 날짜 ‘명품에 꽂힌 주포세대’ 기사는 제목만 보면 2030세대가 집 사는 것도 저축도 다 포기하고 명품 사서 백화점 고액매출이 늘어난 걸로 오인하게 된다. 편견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정리=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