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가 누구인가? 바로 너다!”

입력 2023-07-07 03:05

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늘 독서가 부족합니다. 그런 저에게도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예외로 하고 말입니다. 제 인생 책은 스웨덴 작가 페르 라게르크비스트(1891~1974)가 쓴 ‘바라바’(BARABBAS)입니다. 성경에 민란을 꾸미고 살인한 자로 기록된 바라바(마 27:16 막 15:7 눅 23:19 요 18:40)와 그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관계를 탁월한 상상력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195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문학 열병을 앓던 고교 시절입니다. 당시 이 책을 지금의 제 실인(室人)인, 꿈 많은 여고생이 선물을 해서 이 작가를 처음 만났습니다. 1965년의 일이니까 거반 환력(還曆)이 돼 갑니다만, 그때 ‘바라바’를 읽고 받은 충격은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세상의 문학에서 예수님에게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온 후 한때 서사시 ‘바라바’를 쓰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저에게 “바라바가 누구인가? 바로 너다!”라는 각성을 준 문제작입니다.

작품은 유월절 사면을 받은 바라바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을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으로 시작해 마침내 바라바 자신도 십자가상에서 처형을 당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예수님이 인류의 메시아임을 알지 못하는 바라바는 왜 저 수척한 사나이가 나 대신 죽어야 했는지 알 길이 없어 고뇌합니다. 그는 산적의 두목이었던 옛 생활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에 접근해보지만 ‘너는 예수를 죽게 한 장본인’이라며 배척을 당합니다.

바라바의 극심한 영적 고뇌는 끝내 로마의 대방화 사건에 연루돼 십자가 처형을 당하는 자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당시 로마 정권이 기독교를 탄압하기 위해 고의로 방화를 꾸미고 그것을 기독교도들에게 덮어씌웠는데 그 음모를 알지 못한 바라바는 기독교도와 함께하기 위해 도처에 불을 지르다가 현장범으로 붙잡힙니다. 체포된 연루자들이 두 명씩 한 조가 되어 처형을 당하는데, 제일 마지막에 선 바라바는 함께할 동료가 없어 홀로 십자가를 집니다. 죽는 순간까지 철저히 배척을 당한 바라바였지만 십자가에서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당신께 내 영혼을 드립니다.”

지면의 제한으로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예컨대 그가 중죄수의 마지막 코스인 죽음의 지하 노역장에까지 내려갔다가 거기서 사하크라는 거인 신도를 만나 극적으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이처럼 작가는 사건의 치밀한 전개를 통해 바라바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김성영 목사(전 성결대 총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