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탈종교화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신뢰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신앙을 간직하고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는 코로나19를 거치며 10명 중 3명으로 늘어났다. 있는 그대로의 한국교회 현실을 직시해야 깊이 있는 성찰이 가능하다. 세상 속에서 교회의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시도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2012년부터 5년 주기로 이어온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를 올해 1월 진행해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이름으로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1998년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옥한흠 이동원 하용조 목사 등)에서 한국교회 최초로 계량화된 조사 자료를 구축한 설문 형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당시부터 2023년까지 사반세기에 걸쳐 교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독보적 자료다.
이번 책에선 먼저 한국갤럽이 지난해 2~11월 전국의 성인남녀 9182명을 대상으로 종교 인구 파악을 위해 대면 면접 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게재했다. 연구 분석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맡았다. 조사결과 종교가 있다고 답한 이는 36.6%에 그쳤다. 2017년 사상 처음으로 무종교인이 과반인 53.4%를 차지했는데, 이번엔 63.4%로 더 늘었다.
종교인 비율 자체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비신앙의 이유로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28.1%)보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39.7%)라고 답한 비율이 높다는 점이 우려된다. 애정이 있어야 비판이라도 하는데 지금은 무관심으로 옮겨가는 단계다.
한목협은 올해 1월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개신교인 2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을 각각 조사해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연구 분석을 맡겼다. 개신교인 가운데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지 않는 ‘안 나가’ 성도인 일명 가나안 교인은 1998년 11.7%에서 시작해 올해 29.3%로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과 견주어도 6% 포인트 증가했고, 2012년과 비교하면 비율상 3배나 증가한 것이다. 가나안 성도가 된 이유로는 31.4%가 ‘얽매이기 싫어서’ 18.0%는 ‘코로나19 때문에’ 15.8%는 ‘목회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어서’ 11.0%는 ‘교인들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라고 답했다.
비개신교인의 종교별 호감도의 경우 결과가 충격적이다. 본인이 믿고 있는 종교를 제외하고 다른 종교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비개신교인들은 호감있다(매우+어느 정도) 답변으로 불교(32.9%)를 첫 순위로 꼽았다. 가톨릭(29.9%)이 뒤를 이었고, 개신교(6.8%)는 유교(11.3%)와 샤머니즘(3.9%) 사이였다. 무종교인을 포함해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 대해 전도의 문이 사실상 닫혀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평가는 코로나19 당시의 개신교 대처에 대한 평가와 연관이 있다. 개신교인은 코로나19 때 개신교가 대처를 잘했다는 응답 30.7%, 보통 31.3%, 대처하지 못했다 33.1% 순으로 답했다. 반면 무종교인은 개신교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2.9%만이 잘 대처했다고 답했다. 보통은 18.9%였고, 무려 65.6%가 대처를 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한목협은 지난 1~2월 전국의 담임목사 802명을 대상으로 목회자 조사도 별도 실시해 결과를 책에 수록했다.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인용한 설교 본문은 신약 가운데 요한복음(19.3%) 마태복음(17.9%) 로마서(12.8%) 순이었고, 구약에선 창세기(25.0%)와 시편(20.5%)이 압도적이었다. 목회자들의 월평균 사례비는 216만원, 사례비 이외 기타 수입은 86만원으로 파악돼 합하면 302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 260만원, 2017년 284만원에 이어 비슷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