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사회서비스를 일종의 시민권으로 인식한다. 모든 시민이 보편복지 원리에 따라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은 담보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스톡홀름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사회복지 제도는 좌파나 우파 집권과 관계없이 갈지(之)자 행보를 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 “정책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88년 스웨덴 유학길에 오른 뒤 줄곧 정치학을 연구했다. 이후 한국과 스웨덴 간 교류를 위해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스웨덴 학술재단 인가를 받았다.
그는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진보와 보수 정권 정책에 큰 차이가 나는데, 스웨덴에서는 ‘복지 체제를 바꾸려면 한 세대가 걸릴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15년의 기간을 둔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정부가 추진하는 걸 100% 신뢰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가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의석수의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장기간의 특별위원회 활동을 거쳐 복지제도 개혁을 추진한다. 최 교수는 “연금개혁만 하더라도 스웨덴에서는 2013년 ‘연금연령조정 특별위원회’가 구성됐고, 교수와 전문가, 이해당사자들 10여명이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며 “1년마다 중간보고서를 내고 이어 3~4년 활동을 이어가게 되는데, 특위에서 나오는 결론은 법안에 대한 제안도 함께 포함된다”고 말했다. 만약 전원 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한 위원의 의견도 함께 게재하고, 대국민 의견 수렴 과정(Remiss)을 거친다. 국가기록원에 기록물이 다 저장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한국의 복지제도 역시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복지는 한번 시행되면 바꾸기 어렵고, 바꿀 수 있다 해도 많은 세금을 투입해 실험을 해보는 것이라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톡홀름=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