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분리징수 준비 작업 착수… 수신료 고지서 따로 배부 고민

입력 2023-07-06 04:08
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전기요금에서 KBS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수신료 징수 수탁자인 한국전력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한전은 우선 계약 당사자인 KBS와 협상을 벌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분리 징수 방법을 마련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달라진 시행령을 어떻게 계약에 반영할 건지 KBS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방송법 제67조 등을 근거로 KBS와 체결한 위·수탁 계약에 따라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병기해 통합징수하고 있다. 양측은 3년 단위로 갱신 협상을 하는데, 현 계약기간은 내년 말에 종료된다. 현재 수신료는 가구당 2500원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한전과 KBS 모두 이 돈을 어떻게 분리해 거둬들일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우선 한전은 다양한 분리 징수 방안을 제시하며 KBS를 설득할 방침이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전기요금과 별도로 TV 수신료 고지서를 따로 만들어 배부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별도 고지서를 통해 수신료를 청구할 경우 제작비·우편료 등에 연간 1850억원(2021년 기준)이 소요될 전망이다. 45조원에 달하는 적자 사태를 겪고 있는 한전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TV 수신료 부문만 절취선 방식으로 넣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논의를 거쳐 최선의 징수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파트 가구의 경우 한전이 따로 고지서를 발행하지 않고, 관리사무소가 전기요금까지 포함된 통합 관리비 고지서를 발행하고 있다. 이 경우 고지서에 TV 수신료와 함께 별도의 입금 계좌번호를 명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분리 징수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KBS가 한전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전은 시행령이 KBS와의 계약에 우선한다고 보고, 자체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 절차가 완료되면 KBS도 법적 조치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