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터널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옆에 있다고 믿게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입니다.” 김연희 동명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자립준비청년과 함께하는 디딤돌가족 멘토 교육’에서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의 첫 결실인 ‘디딤돌가족’은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정서적 안정을 돕는 멘토링 사업이다. 전문적 멘토링을 위해 멘토로 선발된 삼성 임직원과 교회 성도 등 60명을 대상으로 이날 온·오프라인 교육이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김 사무국장은 동명아동복지센터 ‘1호 아동’이었던 자립준비청년의 사연을 소개하며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왔을 때 당면하는 고립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수많은 터널을 마주칠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해주는 게 멘토의 역할”이라며 “자립준비청년들도 누군가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처음만큼 두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들은 멘토들에게 보호종료 전 시설에서의 생활과 심리·정서, 사회적 관계 등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공유한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 대표는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후원아동이었다는 사실은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다. 대부분 멘티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멘토들이) 이 친구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멘티들도 자신의 상황을 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멘티는 멘토를 보고 배운다”고 강조했다.
9년간 90명의 자립준비청년을 멘토링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선한울타리의 최상규 대표는 “가장 하기 쉬운 실수가 멘티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려는 것”이라며 “멘토가 앞장서 나가기보다는 멘티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듣고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특히 멘티와 천천히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 상당수가 어른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여러분도 신뢰할 수 없는 어른 중 한 명일 수 있다. 나 역시 멘티가 속마음을 꺼내기까지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관계도 당부했다. 그는 “자립 1년 차에 잘 살던 아이들이 2~3년 차에 격랑 속에 빠지기도 한다”며 “형식적으로 맺었다가 헤어지는 멘토가 아니라 멘티가 결혼해 자녀를 낳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 멘토가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S사회공헌단과 사단법인 야나는 이달 중 성향과 진로 등을 고려해 삼성 희망디딤돌센터 소속 자립준비청년과 이들 멘토를 연계할 계획이다. 멘토들은 다음 달부터 1년간 주기적으로 멘티를 만나 진로, 학업 등의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동시에 정서적 지지대 역할도 하게 된다. 박설미 야나 사무국장은 “‘내가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른’이라고 각인만 시켜줘도 성공”이라며 “디딤돌가족을 시작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