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연합의 달인이었다. 열두 제자의 출신 직업과 성향은 각양각색이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등은 노동자 계층인 어부인 반면 마태는 부유한 세리였다. 당시 세리들은 민중에게 세금을 걷어 로마 압제자에게 바쳤다. 시몬은 반정부 운동을 벌인 열성 당원이었다.
예수와 열두 제자가 연출한 풍경은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다소 어색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과 생애주기 등이 유사한 사람들과 교류하길 원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래디컬’의 저자 데이비드 플랫(사진) 미 워싱턴DC 맥린바이블교회 목사는 이런 편리주의를 경계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교회에서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는 “생김새 나이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어울려 신앙생활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대교회의 공동체성을 복원하자”고 주문한다.
저자는 교회가 연합을 구현하려면 성경을 입맛대로 해석하는 악행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욕심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하나님 말씀을 왜곡시키는 우리의 악한 성향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말씀으로 생각을 교정하기 전 버리고 갈 태도를 제시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할 수 있단 생각’ ‘우리가 동의할 수 없으면 말씀을 무시해도 된다는 관념’을 버리자고 말한다.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이런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20년 가까이 목회자로 살아온 저자에게도 말씀대로 살아가기란 버거웠다. 플랫 목사는 “정작 나 자신도 주님을 이용했다”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려면 겸손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반성했다. 그는 1부에서 무정 논쟁 편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예컨대 그는 “낙태 문제에 침묵했었다”며 “오래도록 복음을 전했지만 정작 수백만 태아의 생명에 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이번 책은 저자의 반성문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사도 바울의 삶에서 답을 얻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저자는 “바울이 배부름과 배고픔, 풍부와 궁핍에도 처해도 괜찮았던 이유는 그리스도와의 교제에 있었다”며 “바울은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기보다 예수님을 알길 갈망했다”고 짚었다. 주님의 손을 구하기보다 주님의 얼굴을 구할 때 복음대로 연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독자가 주님께 사로잡히길 강권한다. 회개를 넘어 신앙 공동체를 구현할 매뉴얼도 제시한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