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신 세계 잉여금 등 여유 재원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인위적인 방법은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0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무역금융 지원에 나서는 등 수출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경기 진작을 꾀할 방침이다.
정부는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금 등 이른바 남는 돈을 동원해 민생 예산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예상되지만 추경 없이 기존 예산을 최대한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가용 재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도 순세계잉여금(16조원)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12조원)을 활용한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과 정책금융 부문에 15조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한다. 공공기관은 내년 사업을 앞당겨 처리하는 방식으로 2조원가량 추가 집행에 나선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대출 등 정책금융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13조원 늘린 242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외자금 유입 규모도 확대한다. 정부는 하반기에 27억 달러 한도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추진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80%에서 90%로 상향한다.
특히 정부는 하반기 수출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무역금융을 사상 최대 수준인 184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현재 3570억원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 중소기업 대출 지원액도 507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350억 달러) 달성을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경협증진자금(EDPF)의 지원 한도를 늘려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사업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범위를 수소나 바이오 의약품까지 확대하는 투자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외국인 투자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단일세율 적용(19%) 연장도 추진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분할납부 기간도 현행 5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난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국가전략기술 수준으로 확대한다. K콘텐츠 육성 명목이다. 현재 영상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해 대기업은 3%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이를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