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석유류 가격이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지난해 크게 올랐던 석유류 가격이 최근 떨어진 효과를 제외하면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도 통화정책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건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3%를 기록해 27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이 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144개 품목의 물가 변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물가 둔화는 지난해 천정부지로 솟았던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결과로 풀이된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5.4% 하락했는데 이는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 포인트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5.9% 올랐다. 서비스도 외식 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앞으로 물가를 자극할 만한 불안 요인도 많다.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뿐 아니라 여름철 장마 등 계절적 요인도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공공요금 인상 수준도 변수다. 특히 8월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정부의 관리목표인 2%대로 내려오면서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한·미 기준금리 차가 사상 최대 폭인 2%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과 근원물가 안정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재보는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