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6%대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2%대로 안정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해외로 몰리는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물가 상승세는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특별한 돌발 요인이 없다면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3.5%에서 3.3%로 내려 잡았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는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일본 대만 중국 등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약 700장의 무료 왕복항공권 증정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앞서 홍콩이 무료 항공권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정부는 인천공항 환승객이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72시간 이내 스톱오버(환승객 무비자 입국) 관광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경복궁·창덕궁 야간관람 외국어 해설도 늘릴 계획이다.
‘우버’ ‘그랩’ 등 해외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하는 외국인이 국내에서도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카카오T는 연동 서비스를 올해 안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국내 카드를 등록해야만 자동결제가 가능하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동결제에 해외 카드도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을 잡기 위한 국내 관광 지원책도 발표했다. 부산 인천 대전 등 야간관광 특화도시 숙박과 연계된 KTX 열차 이용료를 최대 30% 할인키로 했다. 여행 비수기인 11월에는 1인당 3만원의 숙박 쿠폰 30만장을 지원한다. 다음 달부터 매월 마지막 주에는 ‘여행이 있는 주말’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단기 지역 여행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내국인 공유 숙박 허용 지역을 서울에서 부산 등으로 확대하고, 연내 제도화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오는 9월에는 중소기업 제품 등의 소비촉진 행사인 동행축제를 열고 대형마트·백화점 등과 함께 할인행사를 한다. 11월에 열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15일에서 20일로 연장해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체국 쇼핑 할인 쿠폰, 국제특급(EMS) 배송료 할인 혜택 등도 제공한다.
다만 정부가 강조해 온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은 기존 정책의 후속 대응만 담기는 데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데 대비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정도만 나왔다. 근로시간 개편은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둘러싼 반발에 부딪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여론조사를 한 뒤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