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강제징용 배상금 공탁 ‘받지 않음’ 결정

입력 2023-07-05 04:07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배상금 수용 거부에 따른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에 나섰지만 난관에 부닥쳤다.

정부는 지난 3일 제3자 변제 해법 거부 입장을 고수해 온 원고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은 이 가운데 1건의 공탁에 대해 4일 ‘불수리 결정’을 했다. 제3자 변제를 수행하는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 및 유가족 주소지 관할 공탁소에 공탁 신청을 했지만 즉각 불수리 사례가 나온 것이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양금덕 할머니에 관한 공탁은 불수리했고,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은 반려했다. 법원은 양 할머니가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공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불수리 결정했고, 이 할아버지는 공탁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아버지 역시 양 할머니와 같이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혀 서류보완 후 외교부가 공탁을 다시 신청해도 불수리 결정이 내릴 공산이 커졌다.

외교부는 입장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정부는 이미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바 있고,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며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담당 공탁 공무원은 소속 다른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불수리 결정을 했는데, 이는 공탁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독립해 판단하도록 한 법원실무편람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변제 공탁 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