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는 등 호의를 베푼 구치소 동기를 살해한 뒤 불을 질러 시신까지 훼손한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강도살인·방화·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31)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악연은 2020년 4월 시작됐다. 사기 전과 2범인 안씨는 당시 구치소 복역 중이었다. 그는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 A씨가 자신을 전과자라는 편견 없이 대하자 호감을 갖고 친분을 쌓았다. 2021년 10월 출소 후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도 A씨였다.
안씨는 이후 취직도 했지만 “신입 중 감옥 다녀온 이가 있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자 출근하지 않고 매일 A씨 집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 A씨는 세 살 어린 안씨에게 집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하지만 생활비 압박을 받던 안씨는 A씨의 은행 계좌에 든 돈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A씨가 잠든 틈에 미리 알고 있던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해제한 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해 잔액 193만원을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송금했다. 돈이 사라진 것을 안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당초 범행이 발각될까봐 돈을 돌려주려 했던 안씨는 A씨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복역 당시 ‘사동 도우미’로 있으면서 몰래 빼돌린 수면제와 향정신성의약품을 범행에 썼다. 절구에 빻아 양주에 넣고는 A씨를 찾아가 권했다. 이어 A씨가 3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곯아떨어지자 얼굴을 이불로 덮어 살해했다. 또 범행 직후 A씨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 115만원어치를 결제하고, A씨 명의로 154만원의 카드대출까지 받았다. 범행 흔적을 없애려 집에는 불을 질렀다.
1·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안씨는 출소 후 불과 46일 만에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자마자 자신을 믿어주고 호의를 베풀었던 피해자를 속였고, 살해 계획을 세워 주저 없이 실행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