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분 영롱한 ‘비단벌레 장식’은 10세 공주의 말다래

입력 2023-07-05 04:05

2020년 11월 경주 쪽샘지구 44호 무덤에서 비단벌레 장식(재현품)이 나왔다.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인 데다 수십 점이 한 번에 나와 학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약 1500년 전 어린 영혼과 함께 땅에 묻힌 비단벌레 장식을 분석·연구한 결과,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을 뜻한다. 조사 결과,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는데,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둘레를 장식하는 금동 판을 올릴 때는 못이 아니라 실로 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신라 말다래”라며 “말다래 하나당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으니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착장한 장신구와 유물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주인공은 키가 130㎝ 내외, 나이는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 공주로 추정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