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진료 거부한 비만클리닉, 인권위 권고도 모르쇠

입력 2023-07-04 04:06
연합뉴스

청각장애인 A씨는 지난해 8월 다이어트 상담을 받기 위해 서울 구로구에 있는 ‘라인업의원’을 방문했지만 끝내 진료를 받지 못했다. 라인업의원은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과 주사 등을 처방하는 비만 특화 클리닉이다. A씨는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 앞에서 자정부터 줄을 섰다.

그런데 대기표 배부가 시작되는 오전 8시쯤 상담 자체를 거절당했다. A씨가 청각장애인임을 알게 된 직원이 돌아가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진료를 못 받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해도 직원은 ‘돌아가라’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A씨는 “‘수어 통역사를 동행할 수 있다’고 해도 의원이 상담을 거부했다”며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의원 측은 “다이어트약은 난청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다”며 “콩팥 기능을 50% 이상 잃은 사람에게 신독성 약물을 투여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듯 청각장애인에게 난청 위험이 있는 다이어트약 처방을 하지 않은 것은 순수한 의학적 판단으로서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다만 A씨에게 손사래를 친 직원은 다른 환자 응대에도 문제가 있어 권고사직 처리를 했다고 의원 측은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A씨의 청각장애 정도, 장애의 원인, 현재의 건강 상태 등을 상담을 통해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이어트 약물의 처방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의학적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원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진료를 거부한 장애인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라인업의원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의원 원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장애인 환자 의료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의원 측은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3일 시정 권고 이행계획을 회신하지 않은 라인업의원의 실명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유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라인업의원의 권고 불수용 사실을 법무부에도 통보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