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통 옷을 입은 여성이 전형적인 초상 사진 각도로 앉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얼굴과 신체에 조명을 받은 사진은 마치 특별한 날을 기념하여 찍은 것처럼 ‘인위적인 품위’가 있다.
김옥선은 잡지사 사진기자를 하다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 X세대 여성들을 표상하는 여성 누드를 찍었다. 그러다 국제결혼을 한 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돼 외국인 남자와 한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을 소재로 담은 일명 ‘해피 투게더’ 시리즈를 내놔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부들, 사라’ 연작은 기존의 사진 문법과 차이가 있다. 주인공의 현재 삶을 추정할 수 있게끔 거실이든, 풍경이든 인물 뒤에는 늘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신부들, 사라’에서는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처럼 모든 배경은 삭제되고 주인공 인물만 부각돼 있다. 실제로 이 연작을 작가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오래된 사진관에서 과거 방식으로 인물을 찍었다. 그리하여 사진 속 주인공들은 어릴 적 사진관 앞을 지나갈 때 유리 케이스 안에 진열된 초상 사진처럼 ‘최고의 표정’을 짓고 있다.
작가는 왜 굳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듯 옛날식으로 인물 사진을 찍었을까. ‘신부들, 사라’ 연작은 20세기 초 사진 교환을 통해 미국 하와이이주 노동자와 결혼한 최초의 사진 신부 ‘최사라’ 등 당시의 신부들을 오마주했다. 구한말 하와이 사진 신부처럼 지금 한국에는 베트남, 몽골, 중국 등지에서 온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21세기 사진 신부처럼 옛날식으로 찍은 것이다.
제주에 정착해서 활동하는 작가는 외래종인 야자수를 의인화한 사진 작업으로도 주목받았다. 이번 신작에서는 다양한 이주 식물을 찍은 신작도 나왔다. 토종 식물과 공존하며 무성하게 번식하는 이주 식물의 놀라운 번식력을 카메라에 담아 다문화에 점점 가까이 가는 한국 사회를 의인화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