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부모들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검거됐다.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 영아’ 2236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전수조사와 수사 의뢰가 이어지면서 경찰에 체포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수원지법 이현정 당직판사는 2일 아기를 수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 A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임신 사실을 모른 채 남자친구와 이별했다가 2019년 4월 대전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이후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아기를 낮 시간대에 집에 홀로 놔두거나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체포됐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것에 억울한 점이 없다”며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출석도 포기했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앞선 1일 2015년 9월 남자아기를 출산한 뒤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다운증후군이던 아기가 태어난 지 며칠 뒤 사망하자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체 유기 혐의와 함께 아동학대치사 및 유기치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남경찰청도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자신의 집에서 생후 5일 된 영아를 살해해 암매장한 사실혼 부부를 2일 구속했다. 아이의 20대 친부와 30대 친모는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친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경남 고성군이 전수조사 과정에서 아이의 출생 신고가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당초 이들은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가 숨져 있어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이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데다 출산 사실을 양가 부모가 알게 되면 헤어지게 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유령 영아’ 96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아 현재 80건을 수사 중이다. 영아 9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소재가 확인된 영아는 13명이다. 경찰은 ‘혐의없음’ 등으로 사건을 종결한 16건을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라진 아기 중 상당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져 아동보호 시설 등으로 인계됐거나,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녀를 데리고 출국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전수조사가 진행될 수록 경찰 수사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원=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