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장동 일당과 한 200억원 상당의 금품 약속 정황을 상세히 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대부분 쟁점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다. 우선 타깃으로 삼았던 박 전 특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더욱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박 전 특검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 전 특검이 측근 양재식 변호사를 통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확실한 대가’를 요구했다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 측에 대장동 사업 자산관리회사의 증자를 통해 늘어난 지분 중 일부를 주는 방식으로 200억원 제공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 요구에 따라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토지 보상 작업에 대한 법률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전체 보상금(1조원)의 1%인 100억원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검찰은 나머지 100억원은 대장동 상가 시행 이익에서 나누기로 조정했다고 보고 이를 영장에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 측의 구체적 요구사항도 담겼다. 양 변호사가 민간업자들에게 “고검장님(박 전 특검)께서 상가를 달라고 하신다” “노후에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신다” 등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후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부지 중 150평과 주택, 양 변호사는 부지 100평과 주택을 각각 약속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년 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남욱 변호사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남 변호사에게 “선거하는 데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고맙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또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참여 관련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영장 청구서에 들어갔다. 박 전 특검이 이순우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성이 좋으니 우리은행도 투자하라”고 했고, 유구현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은 “박 의장이 신경 쓰는 사업이니 각별히 신경쓰라”는 취지로 실무진들에게 지시했다는 게 검찰이 보는 구도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0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 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이 50억 클럽 의혹 중 그나마 혐의 입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력 투구한 박 전 특검마저 신병 확보에 좌절한 것이다. 50억 클럽 수사 전략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관련한 보강 수사를 계속하면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곽상도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재소환하는 등 혐의를 다시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0억 클럽 의심 대상자들마다 규명해야 할 사안이 다른 만큼 제기된 의혹 모두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