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딜레마’… 안 쓰면 생산 타격, 계속 쓰면 제재 직면

입력 2023-07-03 04:07

과불화화합물(PFAS)은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으로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학계는 PFAS 종류를 6000여종으로 추산하는데, 현재 이를 사용 중인 품목이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만큼 유럽연합(EU)이 PFAS를 전면 사용 제한할 경우 산업계 타격도 클 전망이다. 업계와 학계는 대체물질 개발을 기대하고 있지만 유해성 논란은 여전하다. 산업계는 산업 전반의 영향을 고려해 PFAS를 아예 안 쓰기 어렵고, 계속 쓰기에는 유해성 물질 규제에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PFAS 물질이 1만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사용 범위가 광범위한데 현재는 국제협약인 ‘스톡홀름협약’에 따라 PFAS 중 유해성이 있는 특정 물질의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잔류성오염물질 관리법에 따라 환경부 고시를 통해 PFAS 물질 중 일부를 규제하고 있다.

스톡홀름협약을 바탕으로 해외 각국은 법령에 따라 PFAS 일부 물질을 규제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현재 191개 물질을 규제한다. 주별로 식품 포장, 화장품, 어린이 제품 등에서 사용을 금지한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PFAS 사용과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예정대로 2026년부터 PFAS 일부가 아닌 전체 종류에 대해 사용을 제한할 경우를 대비한 대체물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물질 개발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에 오염되지 않는 PFAS의 대표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독성을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독성을 낮추면 효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대체물질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PFAS 사용 제한 보고서에서 용도별 대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존 물질만큼의 효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체물질이 개발되더라도 유해성에 큰 차이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체물질은 탄소 사슬 개수를 조절하는 형태인데, 이런 방식은 EU가 대체물질 역시 PFAS처럼 제한물질로 보고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대체 불가한 PFAS에 대해 유럽화학물질청에 적용 제외에 대한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대부분 제품에 PFAS가 쓰이는 만큼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의견을 접수하는 절차가 시급한 이유다. 유럽화학물질청은 지난 4월 “필요한 PFAS 물질이 있다면 적용 제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대체물질 활용이 불가능하다면 해당 용도, 공정 특성 등 가능한 많은 과학적 증거를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문효방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2일 “PFAS는 대체물질에서도 독성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규제를 미룰 수 있겠지만, 독성이 덜한 물질을 사용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