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제한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그간 규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국내 환경 당국도 점차 조사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식수를 비롯한 실제 생활 영역에서의 규제는 여전히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 산하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약 3년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체내 농도를 조사하는 ‘유해물질 인체노출 안전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번 조사의 특징은 주요 위험 물질 2~3종에 국한됐던 기존의 PFAS 관련 위해성 평가를 15종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의 PFAS 관련 규제는 2020년 스톡홀름 협약으로 이미 해외에서 사용이 금지·제한된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에 집중됐다. 지난해 4월 식약처가 실시한 위해성 평가에 포함된 PFAS도 이 2종뿐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두 물질의 체내 노출량이 기준치의 13.3~56.7%에 불과해 인체에 위해가 될 우려가 낮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조사에 나섰다. 미국·유럽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PFAS 퇴출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신체에 실제로 PFAS가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관련 규제는 여전히 뒤처진 편이다. 식수 관련 분야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2017년 낙동강 유역 일부 정수장에서 해외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검출되자 이듬해인 2018년부터 PFOA·PFOS·PFHxS 3가지 물질을 수질 감시항목으로 지정해 분기별로 측정·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수질 기준이 아닌 단순 감시항목이다 보니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는 상태다. 지난해 4월 부산지역 정수장 원수에서 감시기준의 22.9%에 이르는 PFOA가 검출됐을 때도 환경 당국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환경청은 올해 3월 국가 음용수 수질 기준에 포함되는 PFAS 물질을 PFOA·PFOS·PFHxS 외에도 PFNA·PFBS·GenX까지 6종으로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놓은 상태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검출되는 PFAS는 계속 기준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검출 빈도나 농도, 체내 축적량이 증가한다면 정식 수질 기준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