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

입력 2023-07-03 04:08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월간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적자의 늪을 벗어났다. 다만 수출 규모가 늘어난 게 아니라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났다. 대중·반도체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조금씩 업황 개선의 조짐도 보인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6.0% 감소한 54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6월 수입은 11.7% 줄어든 531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였다. 월간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흑자 전환을 이끈 것은 수출이 아닌 수입이었다. 수출 감소율은 둔화하고 수입 감소 폭은 커지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했다. 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달 원유(-28.6%), 가스(-0.3%), 석탄(-45.5%) 등 에너지 수입(-27.3%)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해 8월 185억 달러에 달했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달 99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경기 부진 여파로 반도체(-19.5%)나 철강(-10.2%)을 비롯한 원부자재 품목 수입도 7.1%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수출 감소 추세는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길다. 품목별로는 자동차(58.3%), 일반기계(8.1%), 선박(98.6%), 이차전지(16.3%) 등 7개 품목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28.0%), 석유제품(-40.9%), 석유화학(-22.0%) 등의 수출은 줄었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다만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연중 최대 규모인 89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은 105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9.0%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적자다. 그러나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고, 수출 감소율 또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반기에 나쁘고 하반기에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16개월 만의 무역수지 흑자로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하반기에는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반도체 업황과 대중 수출 회복 여부가 하반기 경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