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결국 폐지됐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자문 성격의 위원회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돼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시의회는 최근 정례회에서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를 담은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가결했다.
종교화합자문위원회는 2021년 대구시립예술단 예술감독·단원들의 종교중립 의무 강화, 예술계·종교계 화합·발전방안 모색 등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 설치한 기구다. 15인 이내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되는데 폐지 직전에는 6명(4명 종교계)이 위원으로 활동했다.
종교 편향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4월 불거진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합창’ 공연 취소 사태다.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된 베토벤 교향곡 합창에 대해 종교계 자문위원 중 한 명이 ‘(기독교)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구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극단·국악단·무용단)은 조례에 따라 공연 전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고 공연 한 달 전 급하게 내려진 결정에 곡을 변경하기 어려워 공연을 취소했다. 당시 이 결정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명곡에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시는 종교화합자문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폐지 방침을 세워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이전에도 종교화합자문위의 만장일치 방식이 예술표현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예술계 안팎에서 꾸준하게 제기됐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2일 “자문을 위해 설치한 위원회가 취지와 다르게 사전검열적 성격으로 변질됐다”며 “앞으로 실효성 있는 시립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예술계·종교계 간 소통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구미술관장 내정 취소 사태(자격 논란) 재발방지를 위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가결됐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문화기관 책임자의 지위 격상에 따른 채용 절차를 강화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