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그린수소버스 운행… 제주서 에너지 대전환 시작”

입력 2023-07-03 04:05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일 제주도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지사는 취임 이후 1년간 미래 신산업의 기반을 다졌고, 도민들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제공

화석연료에서 태양과 바람으로 경제 원동력을 바꾸는 에너지 대전환이 제주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부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버스가 도로를 달린다. 그린수소는 제주에서 직접 생산한다. 재생에너지를 개인이 자유롭게 사고 파는 실시간 전력거래 시장은 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선 8기 출범 1주년을 맞은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점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통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연관된 신산업을 육성해 에너지 대전환을 선두에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주도가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소비하는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린수소를 기반 에너지로 선택해 추진하는 이유는.

“수소도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 수소와 산소만 생산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린수소는 이달부터 제주에서 본격 생산된다. 시설은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있다. 3㎿ 규모로 하루 최대 1000t을 만들 수 있다. 생산된 그린수소는 튜브 트레일러로 버스 회차지가 있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 공급된다. 현재 그린수소 버스 9대가 준비됐다. 수소 생산이 시작되면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와 연동 한라수목원 구간 노선을 운행하게 된다.”

-그린수소를 제주의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계획은.

“생산량과 수요처를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한다. 현재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12.5㎿ 대규모 생산시설을 준비 중이다. 올해 실증사업 인허가 절차를 이행하고 내년 준공해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 버스도 점차 늘려 청소차, 선박, 트럭, 승용차까지 그린수소를 원료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린수소 생산은 제주의 전력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로 완전 탈바꿈하기 위한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주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는 태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급보다 수요가 적어 설비 가동을 멈추는 출력제한 횟수가 매년 늘고 있다. 해결 방안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2%로, 전국 평균 7%를 크게 웃돈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기 공급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전설비가 증가하면서 출력제한 횟수 역시 크게 늘었다. 이렇게 되면 발전설비 사업자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제주도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소규모 발전사업자와 개인이 서로 에너지를 사고 팔 수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달 제정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가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실시간 거래 시장 등이 제주에 먼저 도입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출력제한 문제를 해소할 전망이다.”

-전력거래 자유화가 이뤄지면 주민 생활은 어떻게 바뀌나.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전력에너지를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제주는 전기차 보급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배터리 전기 흐름이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신형 전기차가 확대되면 전기차를 소유한 모두가 발전사업자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기 가격이 실시간 공개되고, 저렴한 시간에 충전하고, 비쌀 때 되파는 시기가 올 것이다.”

-취임 이후 신산업 육성 등 경제 분야에 주력했다. 성과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늘리기 위해 상장기업 육성·유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앞서 상장기업 20곳 육성·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한국거래소 등 전문기관의 진단을 통해 현재 10곳을 상장 육성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 우주,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육성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UAM과 관련해 2025년부터 에어택시를 이용한 관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공항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선 설정 등 실증을 진행 중이다.”

-우주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에 경쟁력이 있나.

“제주는 고층 건물이 없어 전파 방해가 적고, 발사 방위각이 넓어 우주산업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지난해 11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제주에 문을 연 이유도 같은 까닭이다. 올 하반기에는 한림읍 상대리에 100억원 규모의 민간 위성 관제 시설이 준공될 예정이다. 제주에서 만든 민간 소형 큐브위성을 제주에서 우주로 쏘아올리고, 그 위성을 관제하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우주산업 인재가 키워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

-제주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 입장을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전달한다. 어떤 입장이 담기나.

“찬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것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제주도의 의견이 도민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 후 국토부의 기본계획고시가 곧 제2공항 사업 방향이 완전 결정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분수령은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다. 그 과정에서 찬반 어느 한쪽을 이해시킬 수 있는 명분이나 근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