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바위섬 몽생미셸. 요새 같은 수도원이 바다에 우뚝 솟은 이 섬마을은 최근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중세에 만들어진 좁다란 자갈길이 관광객들로 가득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2만평 섬에 연간 300만명이 찾아오는데, 올해는 성수기 이전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파리는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해 노숙자가 세 배로 불어났다. 집주인들이 관광객용 단기 임대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시민들이 거주할 집이 부족해진 것이다.
많을수록 좋은 줄 알았던 관광객의 역효과, 관광객이 너무 많아 거주민의 삶의 질이 망가지는 ‘오버 투어리즘’ 문제가 속속 드러나자 프랑스 관광장관은 며칠 전 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주민 일상과 환경을 보호하는 관광정책”을 편다는데, 한마디로 관광객 수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마르세이유 칼랑크 국립공원이 예약제를 도입해 하루 2500명이던 방문객을 400명으로 제한한 것 같은 조치를 확대하려 한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걷히고 처음 맞는 올여름 관광시즌에 유럽 각국이 이처럼 ‘관광 장벽’을 쌓고 있다. 3년간 억눌렸다 폭발하는 ‘보복 관광’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시 입장료’격인 관광세를 1박당 최대 6.25유로로 전격 인상했고(관광객이 5성 호텔에서 일주일 머물려면 숙박비 외에 43.75유로를 내야 한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관광객을 쏟아내는 크루즈선의 입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숙박하지 않으면서 도시만 붐비게 하니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젊은 영국인 관광객의 유입을 막으려(음주난동이 너무 심해서)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영국인이 포털에서 ‘암스테르담 펍’ 등을 검색하면 지나친 음주의 폐해와 난동 시 벌금 규정을 알리는 광고 영상이 뜬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는 실제로 장벽을 세웠다. 관광객이 몰리는 포토존에 높은 울타리를 만들어 풍경을 조망할 수 없게 했는데, 비판론이 일자 곧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이런 문구가 적힌 배너를 걸기로 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