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시행돼온 미국 대학들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연방 대법원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현지 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정치권부터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찬반 논란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결정이 수십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결정이 최종 결정이 되도록 둘 수 없다”며 “미국은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이상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해 훌륭한 날”이라며 “우리는 완전히 능력에 기반을 둔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게 옳은 길”이라고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칼럼을 통해 “대법원 결정은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성적 우수 학생들을 차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의견에서 학업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 입학 확률이 상위 10% 아시아계보다 높다고 지적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 기회가 제한되고 고용시장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관례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계와 한인 사회는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인 학생들이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흑인·히스패닉계에게 주어진 인종 우대 점수에 밀려 진학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 일정 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의 입시에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1996년부터 주법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이 금지된 뒤 한인과 일본계 중국계 등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훨씬 높아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학부 재학생 총 3만2423명 중 아시아계 학생이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