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前특검 영장 기각… 법원 “혐의 다툼 여지 있어”

입력 2023-06-30 04:05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대장동 일당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약속받고 현금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3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50억 클럽’ 의혹 재수사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박 전 특검 신병 확보가 꺾이면서 검찰로선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다른 50억 클럽 멤버의 의혹이 남아있는 데다 관련 특검법이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있어 수사 속도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졌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혐의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 진술을 심문 결과에 비춰 살펴볼 때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 전 특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당시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8억원을 받은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자신했지만, 법원은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박 전 특검 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한 구속영장도 비슷한 사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서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와 여신의향서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맞서 박 전 특검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재수사가 본격화된 직후부터 이해관계자들의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50억 클럽 멤버 중 첫 재수사 타깃이 됐던 박 전 특검 신병 확보가 무산되면서 남은 의혹 규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검찰은 1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곽상도 전 의원뿐 아니라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권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진도를 진척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늦어도 12월 말 본회의 표결에 붙여질 50억 클럽 특검법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끝까지 (수사)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박 전 특검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로부터 빌린 11억원 등의 성격을 규명한 이후 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2021년 12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2개월 만에 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받은 바 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