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된 예산 조기 집행… 정부 단기 차입금 급증,이자도 급증

입력 2023-06-3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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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쏟아붓는 조기 집행 정책을 폈다. 그러나 상반기 세수 부족 상황에서 이를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단기차입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29일 한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올 들어 5월까지 한은에서 차입한 일시차입 금액은 총 71조3000억원이었다.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재정증권도 같은 달 기준 20조50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세수 펑크’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정부가 세입·세출 간 불일치를 극복하기 위해 90조원에 육박하는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한 셈이다.

재정당국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세수 결손 등으로 일시적인 국고 부족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한은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이라는 두 가지 긴급 조달책을 활용한다.

문제는 이 수단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차입 규모가 늘어난 올해는 상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도 덩달아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차입 이자비용은 1179억원으로 지난해 1년 동안 비용(668억원)의 배 가까이 늘었다.


매년 높아지는 예산 조기집행 목표치와 부족한 세수 사이의 괴리가 이 같은 차입 비용 확대를 부르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앙재정 156조원(65.0%)을 비롯해 총 383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기집행 목표치를 설정한 상태다. 하지만 세수 규모는 4월 누적 진도율이 33.5%에 그치며 3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모자라다 보니 급한 대로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래 정부가 조기집행 제도를 도입한 것은 예산불용률을 줄이고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로 대표되는 연말 예산 ‘몰아쓰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상저하고 경기에 대응해 상반기 경제를 집중 부양한다는 의도도 더해졌다.


문제는 조기집행이 점차 무조건적인 관성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58.0%였던 중앙재정 조기집행률 목표치는 매년 상승을 거듭해 지난해 63.0%, 올해 65.0%까지 올랐다. 2021년에는 실제 상반기 집행률이 68.2%에 달하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속집행이 경기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면 괜찮지만, 예측이 어긋날 경우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조기집행이 하반기 경제 대응 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당장 올해도 상저하고라던 정부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 경기 반등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상저하저’에 대한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상반기 조기집행에도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재정운용에 부담이 되고 추경 편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