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령층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두고 마찰을 빚었던 정부와 서울시가 올해는 지하철 증차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을 위해 증차를 해야 하는 만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이미 철도 안전을 위해 노후 시설 및 차량에 대한 예산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도 신규 전동차 증차 사업에 국비 124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2027년까지 41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 지하철 차량을 늘릴 계획인데, 이 중 1242억원을 국비로 지원받겠다는 목표다. 우선 내년에는 1242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하고 있다.
시는 시민 안전을 이유로 예산 투입을 요청하고 있다. 지하철 차량 부족에 따른 과도한 승객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안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반드시 증차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국민의힘과의 예산정책협의에서 “교통·주택·보건복지·환경 분야 등 시급한 민생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도시철도 혼잡도를 완화하고 안전에 필요한 부분은 근거를 찾아서라도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예산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난감한 기색이다. 이미 노후 차량 및 시설 개선 사업 등을 통해 도시철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서울 부산 등 도시철도 보유 지자체에 노후 차량 교체 비용을 지원 중이다. 보통 25년 이상 된 차량이 교체 대상이다. 정부는 올해 659억원의 예산을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 노후차량 개선 지원 사업에 편성했다.
정부는 개통 후 30년 이상 지난 대중교통 시설물을 교체하는 사업도 지원 중이다. 도시철도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가 계속되자 2018년 관련 예산 배정을 시작했다. 올해는 748억원의 예산이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노후시설 개선 사업에 배정됐다.
기재부로서는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지방자치단체 간 형평성을 고려해 서울시만 증차 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서울시 재정자립도는 75.4%로 전국 지자체 평균(45%)보다 높다. 긴축 재정에 들어간 중앙정부의 예산 투입 없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지하철 1·4호선 일부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는 신규 증차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재부와 서울시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는 지난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앞두고 고령층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했다. 이에 기재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그 손실을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