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보듬는 LH공공임대… 年 1357명에 보금자리

입력 2023-06-30 04:0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모습. LH 제공

보호대상아동이 보호시설이란 울타리를 벗어날 때는 심리적으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고 한다. 6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보호종료아동’이 된 A씨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다. 비자발적 자립과 함께 주거와 생계를 홀로 감당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 돈이 만만찮게 들어가는 주거가 문제였다. 형편에 따라 주거지를 수시로 옮겨야 하는 상황은 A씨가 안정감을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 상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달라졌다. 안정감을 찾은 덕분에 대학에도 합격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월세 사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난 것만으로도 A씨의 삶은 달라졌다.

A씨 사례를 보듯 보호종료아동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거비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매년 2400명이 보호종료로 보호시설을 떠난다. 복지부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 조사’ 보고서를 보면 자립을 준비하는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에 불과하다. 2020년 최저임금(179만원)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주거와 생계비를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 중 상당수는 공공임대주택 덕에 부담을 덜고 있다. 29일 LH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연평균 1357명이 LH의 자립준비청년 주거지원 혜택을 받았다. 임대보증금이 100만원이고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8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1000만원의 자립정착지원금과 매월 40만원인 자립 수당, 여기에 서울 기준 월 33만원인 주거급여 등을 합하면 이 임대료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L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이 보호종료아동들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LH가 제공하는 주거 상담 서비스 역시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LH는 ‘유스타트(Youth+Start) 상담센터’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청약 서류 준비나 계약 체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평균 193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다만 아직 자립준비청년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5명 중 1명은 여관·모텔·노숙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 하승호 LH 국민주거본부장은 “자립준비청년의 사회 진출과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는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