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꼽히는 ‘이충무공전서’ 역주본이 34년 만에 새로 출간됐다. 이민웅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정진술 전 문화재전문위원, 양진석 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원 등 역사학자들과 김남기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가 참여해 현대적 번역과 상세한 주석을 붙인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전4권)를 내놓았다.
정조의 어명에 의해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는 ‘난중일기’ ‘장계’ 등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과 행장, 당대와 후대의 공훈 평가 등을 집대성한 문헌이다. 국역본은 그동안 노산 이은상의 ‘완역 이충무공전서’가 유일했다. 시조 시인이자 가곡 작사가였던 이은상은 1960년에 첫 국역본을 냈으나 오류가 많다고 판단해 곧바로 절판했다. 이후 역주 작업을 계속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고를 수습해 성문각에서 1989년 완역본을 출간했다. 하지만 이 책도 절판되고 말아 오랫동안 구할 수 없었다.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의 출간으로 ‘이충무공전서’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됐다. 새 역주본은 전문 연구자들의 공동 작업이다. 이은상은 역사학자는 아니었다. 그동안 축적된 이순신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역주자인 이민웅 명예교수는 ‘전서’ 편찬 시 ‘난중일기’를 일부 생략했는데, 이번 역주본에서는 생략된 부분도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새 역주본은 이순신 장군의 열렬한 팬인 한 기업가의 후원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이순신의 자 ‘여해’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새 역주본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사재를 들여 번역 작업을 추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