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속도가 붙었던 주가 조작범 처벌 강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 걸렸다. 법원행정처가 부당이득 산정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면서 여야 간 입장차는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원행정처와의 협의에 나서는 등 법안 통과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6월 임시국회 기간에 처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개정안은 ‘불공정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할 정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여야 합의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법안은 잇따른 주가조작 사건 이후 탄력을 받았다. 이달 정무위에서는 또 다른 자본시장법 개정안인 일명 ‘주식 먹튀 방지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주요 주주 및 임원이 보유 주식을 3개월에 걸쳐 대량매도(발행 주식의 1% 이상)할 경우 금융당국에 사전 공시하도록 했다. 주가 조작범에 대한 계좌 제한과 상장사 임원 선임 불가 내용을 담은 ‘증권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금융범죄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줄줄이 다른 법안 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일에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전체회의를 앞두고 법 조항 곳곳에 우려를 표한 의견서를 제출한 영향이 컸다. 법원행정처는 과징금 상향과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입증 책임’ 문제다. 개정안은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거래로 인한 총수입-거래 비용-제3자 개입 등 별도 사정’으로 정했다. 이때 주가 하락 등 별도 사정은 법 위반자가 소명하도록 했다. 검사에게 요구했던 엄격한 입증 책임을 완화해 부당이득액 책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이득액은 벌금 산정의 기준이 되거나 그 액수에 따라 형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며 “검사에게 증명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원안 그대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법사위 전체회의 전까지 법원행정처 등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은 법안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 소위원회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