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미국 체류를 마치고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나라가 어지럽고 국민이 괴로운 시기”라며 “원점에서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참배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4일 귀국한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직후 페이스북에 “김대중 정신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비공개였던 이번 일정은 언론에 노출되면서 공개 일정으로 전환됐다.
이 전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1년 전 출국할 때도 이곳에 와서 출국 인사를 드렸던 것처럼 귀국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선은 인사드릴 곳에 인사를 드릴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거기까지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참배에는 대표적 친낙(친이낙연)계인 민주당 설훈·윤영찬 의원이 동행했다.
이 전 대표는 ‘강연 정치’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기 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방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또 고향인 전남 영광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현충원 참배 등이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이 친명(친이재명)계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비칠까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된다.
당장 친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빨리 만나 통합의 그림을 연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친명계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이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통합의 길로 가면 두 분이 승리하는 길로 가는 것이고, 만에 하나 분열의 길을 가게 되면 실패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