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784년 증기기관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의 발명과 함께 찾아온 대량생산 시대의 2차 산업혁명, 1970년대에 시작된 컴퓨터와 정보화 물결의 3차 산업혁명은 모두 100년 간격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불과 10년 만에 인류 삶의 모든 걸 재정의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그리고 또 10년이 흐른 2023년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거대한 태풍을 예고한다.
급격한 변화는 기업들에게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를 던진다. 휴대전화 1위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와 달리 휴대전화 사업과 무관하던 구글, 애플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양분하면서 ‘모바일 세상’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휴대전화 3, 4위에 머물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위 기업에 등극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수많은 회사들이 모바일 시대 흐름을 읽고 새로운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100년 이상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던 독일 자동차 업체들도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테슬라를 필두로 하는 전기차 업체들이 그들이다.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요구가 거세지고,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테슬라가 질주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이제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현재 추세라면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10년 이내에 도태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 생태계의 변화 속도는 숨가쁠 정도인 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방아쇠로 전 세계가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가 대표적이다. 반도체에선 미국 유럽 등이 모두 아시아를 넘어 자신들 앞마당에 생산기지를 두고 싶어한다.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배터리는 핵심 광물을 가진 나라들이 자원을 무기로 현지에 공장 건설을 요구하는 일도 잦아진다. 그래서 혁신은 미룰 수 없는 숙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