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우려에 ‘킬러문항’ 변수까지… 더 얽힌 대입 셈법

입력 2023-06-28 04:06
한 시민이 26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EBS 수능교재를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이후 수능시험과 EBS 수능교재의 연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 수능’ 논란의 도화선이 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나왔다. 이 시험 ‘출제 불량’을 이유로 교육부 대입 담당자가 교체됐고 출제 당국은 감사를 받는 중이다. 수험생에겐 대입 전략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시험이지만, 올 수능의 핵심 기준이 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침이 적용되지 않은 시험이란 한계가 있다. 대입 자료로서의 가치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인데, 입시 전문가들은 “흔들리지 말고 성적을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27일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은 국어 136점, 수학 151점이었다. 지난해 수능보다 각각 2점과 6점이 올랐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준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7.62%로 지난해 수능(7.83%)과 비슷했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15점으로 지난해 수능(11점)보다 4점 늘어났다. 지난해 이른바 ‘문과 침공’ 논란이 거셌던 이유는 수학의 대입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국어와 수학 점수 차가 문제였는데, 이과 수험생의 문과 상위권 대학 진학이 더 쉬워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평가원이 “올해는 국어와 수학의 점수 격차를 줄여보겠다”고 예고한 것과 반대로 간 결과다.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뜻이다.

6월 모의평가는 출제 당국과 수험생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시험이다. 수험생에겐 실제 수능의 출제 방향과 난이도를 가늠하는 기회다. 평가원은 ‘n수생’을 포함해 수험생의 수준을 측정한다. 출제 당국의 난이도 조절은 출제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수험생 실력을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물수능’ ‘불수능’으로 흐르게 된다.

수험생에겐 수시 전략의 기초 자료이기도 하다. 통상 정시모집에서 합격 가능한 대학 수준과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해 수시 지원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 9월 모의평가가 한 차례 더 있지만 수시 지원은 9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손에 쥐기 전에 마감된다. 이는 예년까지의 입시 ‘공식’이었지만, 올해 수능은 ‘킬러문항 배제’란 변수가 등장했다. 실제 수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 중 킬러문항으로 지목한 문항은 모두 7개였다. 국어와 영어 각 2개, 수학 3개다. 상위권 변별력을 가르는 이런 문항들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대체될 지에 따라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과학탐구에서 심화 선택과목(Ⅱ) 표준점수 최고점이 오른 점도 변수로 꼽힌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의 활용 가치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건 수험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