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위원 비밀서약’ 위반 적발 7년간 단 1건

입력 2023-06-28 04:06 수정 2023-06-28 04:06
뉴시스

지난 7년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출제위원 비밀서약 위반 적발건수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 출제 주관 기관이 해당 경력을 내세워 버젓이 입시 장사를 하는 사교육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평가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평가원이 수능 출제위원의 비밀유지 서약 강화 조치를 한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수능 출제위원 비밀준수 위반으로 적발한 사안은 단 1건이었다.

평가원은 2016년 수능 출제위원의 비밀 유지 서약을 강화했다. 그해 6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영역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국어교사가 출제 정보를 학원 강사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평가원은 해당 교사를 수사 의뢰했고, 이 교사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평가원은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약을)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홈페이지나 프로필 등에 수능 출제·검토 참여 경력을 노출하면 조치 불이행에 대해 하루에 50만원씩의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런 서약은 유명무실했다. 사교육 시장에선 ‘수능 출제위원 직함 장사’가 계속됐지만, 평가원이 법적 조치를 취한 경우는 없었다. 적발된 한 건도 문제가 된 영상 등에서 출제위원 경력을 삭제토록 한 조치가 전부였다.

최근 수능 출제위원 이력을 홈페이지에 홍보했다가 논란이 된 한 입시업체 대표의 경우 평가원이 이미 2020년 12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평가원 측은 ‘2016년 이전 경력’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2016년 이전의 경력이라고 해도 출제위원 경력 장사를 단속할 근거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은 2011년 이후부터 있었다”며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34조는 비밀 유지 의무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측은 이와 관련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공식 민원이 접수돼 처리한 건”이라며 “수시 모니터링으로 인지 및 삭제 조치한 비공식적인 비밀서약 위반 건은 더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평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해 입시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됐다”며 “입시 공정성 확보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평가원에 대한 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