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우리 후손에게 이태원 참사가 대한민국의 마지막 참사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오열하며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 탄핵 여부는 이르면 다음 달 최종 결정된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주영씨의 부친 이정민씨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발언 기회를 얻고 이같이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이주영씨는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예비남편과 웨딩플래너를 만나러 외출했다. 이씨는 그날 저녁 예비사위에게서 “이태원역으로 와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전화를 받았고, 참사 현장에 도착해 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던 예비사위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씨는 “딸은 의식을 잃고 40~50분간 방치됐다”며 “딸이 구조돼 옮겨진 근처 클럽에는 피해자들이 20~30명 가까이 있었는데 구조 인력은 6~7명뿐이라 시민들이 CPR을 하고 있었고, 딸 역시 예비사위가 CPR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장관이 참사를 인지하고도 1시간40분 동안 집에서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전화 몇 통을 걸었을 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구성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씨는 “이 장관은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수많은 기사가 나왔는데도 대책을 세우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며 “오직 집회와 대통령 경호에만 관심이 있었고, 이는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이 장관 측은 중수본 설치 문제를 두고 맞섰다. 참사 당시 중수본은 설치되지 않았고,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국무총리 주재로 참사 발생 4시간 뒤 가동됐었다.
국회 측은 인명 구조·구급 업무와 관련해 중수본과 중대본의 역할은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수본 구조·구급반은 현장 업무를 맡아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지만, 중대본 구조·구급반은 범정부 기관으로 ‘상황 파악’을 목적으로 해 그 권한과 역할이 동일하지 않다고 했다. 중수본 대신 중대본이 설치됐다고 이 장관 책임이 경감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중수본과 중대본을 이중으로 설치하면 역할과 권한이 중복돼 행정업무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둘을 동시에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면 중수본을 중대본에 흡수해 운영하는 게 행안부 훈령이라고도 했다.
헌재법은 탄핵 사건이 접수되면 180일 이내 결론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건이 지난 2월 9일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말에서 8월 초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